술이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2015년 9월 23일 | 미분류

출처 한새봉 논두레 | 맑은샘

원문 http://cafe.naver.com/gaegulgaegul/298

 

전통방식 그대로 누룩으로 발효시켜 만든 막걸리.
텁텁하면서 곡물의 까슬까슬한 향이 느껴지고…
포장된 일반적인 막걸리에서 느꼈던 혀와 입천정으로 미끌어지듯 목으로 넘어가는 코팅된 듯한 미끈한 맛은 아니고,
입에 머물러 있는 동안 그리고 목으로 넘어가는 동안 그 닿은 살에 흡수가 되는 ‘달라붙음’이다.
그래서 입맛을 쩝 다시면 속살에 배인 향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6시간 전에 먹었는데 아직도 희미하게 속살에 배인 향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짚불구이 삼겹살 먹을 때 느껴지는 짚의 향도 느껴진다.
누룩을 만든 통밀 표피의 향이다.
그래서 또 맛이 정겹다.
추수후 논에 쌓아둔 지푸라기 위에서 뛰어놀 때의 푹신하고 따뜻한
그 즐거움의 향이 나기 때문이다.

이불로 따뜻하게 술독(숨을 쉬는 옹기면 좋습니다)을 덥어두면누룩이 쌀이 함유하고 있는 녹말(정확한 표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을 발효시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1주일~2주일 동안 술이 익어갑니다.
술만 익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물과 흙의 연결순환 고리’의 이음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고픈 꿈도 함께 익어갑니다.
처음이라 어떻게 얼마나 맛있게 익을지 혹은 실패할지는 모르겠으나,
술이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