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살이의 근본인 농(農), 농사에서 배우고 자연에 작은 관심을 갖는 일이 진정 절실한 때입니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쫓겨나고 마을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한 발 물러서서 세계를 논밭으로 볼 수 있다면 우리는 평화로운 환경을 금세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로부터 우리는 ‘좋은 삶’에 대한 다른 상상을 열어갈 수 있습니다. 『농사의 도』는 땅에서 일하고, 사람을 돌보고, 자연과 우주 속에서 사는 이 근본적인 인간의 삶에 대하여 다시금 깊이 성찰하게 합니다.
옮긴이의 말
축하합니다
“예수도 노자도 사람인데 마땅히 배움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그에 대한 정보가 두 분 모두 없으니 궁금합니다. 그분들은 과연 누구한테서 무엇을 배웠을까요?”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법을 자연한테서 배우지 않았겠나?”
“자연한테서 배웠다고요? 예. 그러고 보니 두 분의 가르침 속에 자연에 관한 언급이 많이 들어있긴 합니다.”
“노자께선 아예 대놓고 직접 말씀하셨지. 사람은 땅을 배우고 땅은 하늘을 배우고 하늘은 도를 배우고 도는 자연을 배운다(道法自然)고. 사람을 가르치는 스승의 스승의 스승이 곧 자연이라는 그런 말씀인 거라.”
“예수께서도 공중 나는 새를 보라고, 들에 핀 백합을 보라고, 그러셨지요.”
“자연이야말로 최고 스승이지.”
“자연이 어째서 최고 스승입니까?”
“자연은 말이야, 자연은 사람을 가르치려 하지 않거든!”
무위당(無爲堂) 선생님이 하늘로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저하고 나누신 이야기를 간추려 적어본 것입니다.
자기 죽음을 가장 잘, 그러니까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큰 고생 없이 순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누군지, 어떤 일에 종사한 사람들인지를 미국의 한 의사가 여러 해에 걸쳐 많은 사람들을 관찰하며 조사해 보았더니, 자기가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자기는 목사나 신부 같은 종교인들이 아닐까 했는데, 뜻밖에도 농부들이더라는 보고서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예, 그건 뜻밖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지극히 마땅한 일이지요. 사람이 만든 경전(글)을 읽고 배운 사람들이 사람을 만든 하늘과 땅을 읽고 배운 사람들과 어찌 나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뜻에서, 축하드립니다.
지금 이 책을 손에 들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당신은 축하받을 이유가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래서 고맙습니다.
그릇된 번역을 바로잡아주시고 서툰 표현을 손질해주신 민들레 출판사 젋은 일꾼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4년 6월
관옥 이현주
농사의 도
The Tao of Gardening
농사짓는 이와 돌보는 이를 위한 노자의 도덕경
(펴낸 곳 : 민들레 출판사)
http://mindle.org/xe/index.php?mid=published&document_srl=503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