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산신제 참가기~

2015년 9월 21일 | 미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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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반달가슴곰의 퀭한 눈으로 휘휘 둘러보니

지리산에 산다는 것은 한없이 부끄러운 일이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두 무릎을 꿇고

마고선녀의 낮지만 준엄한 목소리를 듣는다

내 뒷골에 철탑이 너는 어디에 있느냐

내 입속에 쇠밧줄이 너는 무얼 하고 있느냐..

마고선녀께서 그대에게 묻는다 단도직입으로 묻는다…

일제의 쇠말뚝을 다 뽑아내기도 전에

내가 겨우 정복의 대상일 뿐이라면

내가 겨우 돈벌이 대상일 뿐이라면

너희들은 정년 대대손손 행복하겠느냐..

그렇다면 이제부터 나를 아비라 부르지마라

어미라 할미라 선녀라 성녀라 부르지도 마라

나는 너희들이 오기 전에도 여기에 있었고

당대의 후레자식들이 떠난 뒤에도 나는 여기에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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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4일 지리산케이블카 반대 산신제에서 들은 시의 일부분입니다.

시인 이원규님이 쓰시고 직접 낭송하셨지요..

근데 저는 이 시 낭송을 들으면서 사실 많이 부끄러웠네요..

녹색연합이 지리산에 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의 제 마음이 생각나서 그랬어요..

오랜만에 지리산에 한번 가봐야겠다,

산신제는 어떨까? 하는 생각만 한거죠..

물론 그런 마음이 아주 잘못된건 아니지만

위기에 처해있는 지리산의 절박함을 많이 몰랐던거죠..

시를 듣는데 지리산이, 아니 지리산에 계시다는 그 마고선녀님이

저한테 그러는거 같더군요..

이놈~ 네가 무슨 마음으로 지리산에 왔느냐?

내가 지금 어떤 지경에 처해 있는지 아느냐?

녹색연합 회원인게 정말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였습니다..

지리산에 사는 사람이 아니니 그럴수도 있지 않느냐고

스스로에게 반문해봐도 변명이 영 안되더군요..

지리산에 케이블카들을 설치하는 문제는

난개발의 시대로 역주행하고 있는 지금의 정권이

4대강 죽이기 사업과 함께 전국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갖가지 폐악들 중의 하나임을 알때

그건 결코 지리산 만의 문제가 아니였던 거죠..

산청군, 구례군, 함양군, 남원시 등 네 곳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환경부가 이미 그 전제로 국립공원법까지 바꾸어놓았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네요..

천왕봉(제석봉), 반야봉(중봉), 장터목, 노고단으로 곳곳에서

케이블카가 설치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들도 듣습니다.

그곳 지리산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떠할까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미어집니다..

현 정권의 그럴싸한 논리에 ,또는

돈…., 그 놈의 돈 때문에 찬성하는 분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돈이 주인인 세상에 사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걸까요?

산신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리산을 다시 보고 섬진강을 보고 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풀들을 보았습니다..

그들과 눈을 마주치며 교감을 해보았습니다

마음으로 안아주었습니다~

산이 우리에게 주는 엄청나게 많은 좋은점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를 대며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우리 몸의 더 큰 몸이나 다름없는

이 땅의 모든 산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마음들을 모아 우리 산들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는것을 막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