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委, 조사결과와 재발대책 발표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건 원인은 비상디젤발전기 기동 실패
은폐 의혹 사실로 드러나…사법기관 고발조치 등 엄중 문책
2012년 03월 22일 (목) 07:42:38 김진철 기자 kjc@energytimes.kr
[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강창순)가 지난 2월 9일 발생한 고리원전 1호기 전력공급 중단사건에 대해 그 동안 조사된 결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지난 21일 발표했다.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건 당일 전력공급이 중단된 원인은 발전기 보호 장치를 시험하는 과정 중 작업자가 감독자의 지시와 절차에 따르지 않고 업무를 수행, 인적오류로 외부전원이 차단된 것.
당시 비상디젤발전기는 자동적으로 작동돼 원자로에 전력을 공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기공급밸브 결함으로 기동에 실패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그러나 정전발생 12분 후 정비 중이던 외부전원이 복구돼 고리원전 1호기에 전력공급이 재개됐다.
정전기간 중 고리원전 1호기의 원자로 냉각수의 온도는 36.9℃에서 58.3℃로, 사용후핵연료저장조의 온도는 21℃에서 21.5℃로 각각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핵연료의 건전성과 안전성에 영향이 없었고 방사능 누출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됐던 비상디젤발전기 성능과 관련 지난 15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입회하에 성능시험이 실시된 결과 문제의 비상디젤발전기는 공기공급밸브의 결함으로 기동에 실패했다. 반면 당시 정비 중이던 1대의 비상디젤발전기와 고리원전 1∼4호기 공용으로 사용하는 대체수동발전기에 대한 지난 18일 성능시험을 실시한 결과 기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문제까지 대두됐던 보고지연과 관련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 소장이 주도해 동 사건을 보호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발전소장은 사건당일 저녁식사 후 전력공급이 중단된 동안 주 제어실에 들어왔고 전원이 복구돼 조명이 밝혀진 이후 사건현장에 있던 주요간부들과 논의해 한수원 본사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보고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당시 현장에 있던 간부들은 발전소장의 지시에 따라 사건 당시의 모든 일지에서 관련 기록들을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등 사건을 은폐한 증거들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관련 법령에 의거 보고지연과 사건은폐를 위한 기록누락 등의 이유로 책임 있는 관계자들에 대해 사법기관의 고발조치 등 엄중하게 문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고리원전 1호기 사건과 관련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재발방지대책을 내놨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안전과 직결된 현장에서의 정보와 보고사항을 안전규제기관에서 24시간 감시하는 동시에 자동으로 즉시 통보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또 이번 사건의 원인이었던 비상디젤발전기의 안전성을 확보키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입회한 가운데 국내 전 원전을 대상으로 내달까지 특별점검을 실시키로 했다.
특히 고리원전 1호기는 단기적으로 결함이 확인된 비상디젤발전기의 공기공급밸브를 복수화해 신품으로 교체하는 한편 이동용 디젤발전기를 추가로 배치하고 오는 2013년 3월까지 비상디젤발전기를 새로운 것으로 교체해 전력계통에 대해 설비를 보강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계획예방정비의 검사항목을 57개 수준에서 100개 수준으로 확대하고 전력계통과 관련 시험을 원자력안전기술원 입회하에 기존 50%에서 80%수준으로 확대키로 했다.
원전부지별 현장안전규제를 담당하는 주재관제도가 지역사무소 형태로 운영된다. 근무인력도 현재 20명을 전문가 중심으로 100명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될 방침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책과 더불어 한수원으로 하여금 사업자 차원에서 세부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이행하도록 할 방침”이라면서 “이 재발방지대책에 추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등 원전 안전성이 강화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3일부터 현장에 조사단을 파견해 사건발생 원인과 보고가 지연된 경위와 기술적 사항에 대해 조사해 왔으며, 앞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