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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막걸리와 도시농업
“물과 흙의 연결·순환 고리를 이어라”
“논이 있는 곳에 막걸리가 있게 하라.”
『막걸리 넌 누구냐』의 저자이며 막걸리 학교 교장인 허시명씨의 말이다.
우리 전통주의 역사는 삼국시대부터 시작된다.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전통주의 전성기를 맞았는데 그것은 집집마다 술을 담근, 가양주(家釀酒)의 번성을 두고 한 말이다. 이러한 가양주 문화는 고려가 망하고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조상숭배와 세시풍속을 중요시하게 된 유교사상과 농경문화에 기인하여 발달하게 된다. 특히 조선후기 이앙법의 발달로 인한 쌀 생산의 증가는 가양주 문화의 전성기를 이뤄냈다. ‘명가명주(名家銘酒)’란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이 역사를 통해 본 우리 ‘술’ 문화는 ‘논’에서 피워낸 ‘쌀’ 문명의 총체인 것이다.
막걸리의 미래는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가양주 문화. 그래서 지역의 작은 양조장이 활성화 돼야 한다. 2011년 4월 5일(화) 전주 한옥마을 한옥생활체험관에서 ‘지역 작은 양조장 활성화 방안’ 포럼이 열렸다.
막걸리, 할당량 VS 생산성 증대
가양주 문화를 이어 술을 빚게 된다면 대량생산은 이루어질 수 없다. 술이 만들어지기까지 모든 게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포럼 발제자로 참석한 노영희 (유)자희자양 대표는 ‘자희향’이란 가양주를 개발해 성공한 케이스다. 노 대표는 “자기 술을 개발하는 데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처음엔 고객들에게 흔들리는 술을 만들었다. 소비자들이 ‘달다, 끈적인다’라고 하면 단맛을 없애는 식이었다”며 가양주 개발에 영혼을 쏟았던 배경을 설명한다.
▲ 노영희 (유)자희자양 대표
“대기업에서 한 제품을 개발할 때 홍보비가 50억~70억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우리 같은 영세업자는 엄두를 못 냅니다. 대기업과 같은 홍보 방법으론 제품을 특화할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대기업에서 할 수 없는 건 수작업입니다. 그래서 철저히 가양주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대량생산으로는 맛을 낼 수 없는 가양주만의 맛으로 특화하는 것입니다.”
가양주 문화로 술을 빚으면 술에 대한 수요가 많든 적든 한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술의 양은 한정된다. 자연스럽게 할당량이 정해진다.
할당량이란 개념은 1800년대 후반 서구 노동자들로부터 나온 것인데 너무 많거나 적은 일을 함으로써 할당량을 맞추지 못하면 노동자들은 추방당했다. 할당량을 통한 노동자들의 이러한 산출량 제한은 이타적 형제애와 개인의 존엄 그리고 마음의 수양을 상징했고 암묵적으로 노동자들의 가슴 속에 그 윤리의식이 자라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 할당량은 기업의 생산성 증대를 위한 전략으로 깨뜨려졌다. 할당량이 지녔던 윤리 의식도 이와 함께 사라졌다.
우리 가양주 문화 속에서도 이와 비슷한 과정이 보인다. 집에서 제와 손님을 모시고 들에서 일하면서 마시기 위해 만들었던 가양주는 생산성 증대로 인한 이익에 초점이 맞춰진다.
1909년 우리나라 최초로 주세법이 제정되어 주세가 부과되었으며 주류를 주정 함유량과 제조 방법에 따라 양성주, 증류주, 혼성주로 분류했다. 1910년 일본 식민지로 접어들면서 조선총독부는 주세 증수를 통한 세수확대를 목표로 주세령 공포와 밀주제조에 대한 단속 강화와 함께 모든 주류를 약주, 탁주, 소주로 획일화·규격화시켰다.
광복 이후에도 이어졌다. 급기야 6·25 동란 이후 식량난의 도래로 밀주단속은 강화되었다. 1965년에는 ‘양곡관리법’이 제정 발표되면서 표면화된 밀주단속과 강제집행은 전통주의 단절을 가속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대자본이 주류업체를 장악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가양주가 지녔던 다양성은 함몰되고 말았다.
▲ ‘지역 작은 양조장 활성화 방안’ 포럼에서 선보인 가양주
이 역사적 과정을 봤을 때 “10개의 소주회사, 2개의 맥주회사가 만든 일방통행의 술 문화를 봤을 때 대자본 중심으로 막걸리업체가 정리되는 것은 막걸리 문화의 몰락을 의미한다”며 “우리 술 문화의 다양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하고 이는 작은 양조장을 어떻게 내 곁에 둘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허시명 교장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결국 가양주 문화를 되살리자는 것이다. 이는 이타적 형제애와 개인의 존엄 그리고 마음의 수양을 상징하는 할당량의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기도 하다. 생산성 증대를 위한 대량생산에 열중하는 대자본의 이기적 생산에 대한 대처 방법은, 태생적 한계인 산출량 제한으로 착한 생산을 할 수밖에 없는 가양주들이 기업윤리를 새로 정립하는 것이다.
“막걸리는 알코올의 동의어가 아니다”
그리고 “막걸리는 농업이다”
“막걸리는 알코올의 동의어가 아니다. 막걸리는 물이 9할인 음료로 곡물의 영양분이 반 조리된 상태와 같고, 샐러드와 같이 신선한 음료다.” 허 교장이 이야기하는 막걸리의 매력이다. 그가 제시하는 막걸리에 대한 자료가 흥미롭다.
▲ 허시명 막걸리 학교 교장
유산균 함량 : 100㎖에 1억~100억마리. 요구르트의 10배~1/10.
식이섬유 함량 : 0.6% (토마토주스 0.8%, 기능성 섬유음료 2.5%)
단백질과 아미노산 함량 : 1.6% (필수아미노산 8개중 7개 포함)
우유 3%, 청주 0.5%, 맥주 0.4%, 소주 0%
유기산 함량 : 0.2%~0.4% 갈증해소, 신진대사 원활, 피로 물질 제거, 피부 미용 효과
허 교장은 작은 양조장의 특성화, 차별화 전략을 6가지로 제시한다. 하나, 막걸리양조장은 대한민국에 가장 고르게 퍼진 기호식품 제조장이다. 지역특성화와 관광자원화 마케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둘, 친환경 물이 자산이다. 셋, 지역 농산물을 원료로 써야 한다. 넷, 향토음식을 연계한 안주를 제시해야 한다. 다섯, 공간이 관광자원화 되어야 한다. 지역에 숨은 양조장이 아니라, 지역을 밝히는 양조장이어야 한다. 여섯, 수제 막걸리, 명품 막걸리로 차별성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귀한 자산이라면 그만한 가치와 가격을 지녀야 한다.
이를 실천하고 있는 곳이 ‘배상면주가’다. ‘배상면주가’는 지역농업과 연계한 전통술 육성에 힘쓰고 있다. 나주, 하동, 단양, 청송, 완주, 고창에 ‘느린마을 양조장’이 만들어졌다. 나주의 꿀배, 하동의 녹차, 단양의 마늘, 청송의 사과, 완주의 감, 고창의 복분자로 술을 만들고 있다.
▲ 유상우 배상면주가 ‘느린마을 양조장’ 팀장
‘지역 작은 양조장 활성화 방안’ 포럼 발제자로 참석한 유상우 배상면주가 ‘느린마을 양조장’ 팀장은 “술은 농업이고, 지역이고, 문화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철학에서 나온 경영은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해 만드는 술로 로컬푸드를 그대로 실천해 보여주고 있다. 술은 농민의 소득을 증대시켜주고 있다. 또 술은 상품을 뛰어넘어 우리 전통의 상부상조의 공동체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술의 재발견이다. 술은 취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농업 문명으로 말미암아 문화로 승화했다. 유 팀장은 “술은 농업과 1㎝라도 떨어져서는 생존할 수 없다. 농업과 함께 걸음을 걸어가야 한다”라고 이야기 한다.
“물과 흙의 연결·순환 고리를 이어라”
막걸리가 소생하고 사회는 지속된다
물 그리고 흙 위에 뿌리를 내린 곡물. 흙에 흡수된 물을 자양분 삼아 익어가는 곡물. 그 곡물을 빻아 물을 넣고 누룩을 만들고, 그 곡물을 쪄 누룩과 물을 섞어 만든 술. 또 물이 되었다. 성질이 바뀐 물이다. 이러한 지구상의 물은 수천 년이 지나도 그 양은 그대로다. 다만 그 물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질이 결정될 뿐이다.
이런 물과 흙의 연결·순환 고리를 알아챘던 인간의 영리함이 인류의 번성을 이뤄냈다. 도시는 그 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도시들은 산이 품은 물이 솟아나는 샘들을 온통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어 버렸다. 그리고 산을 깎아 길을 만들고 그 흙으로 간척사업을 하고 산 골자기에 댐을 막아 물을 소독해 마신다. 도시는 두껍게 아스팔트를 깔아 사람들이 물의 몰이해를 깊어지게 하고 있다.
물은 생명. 그리고 흙과 함께 했을 때는 생물종다양성을 지탱시키는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인류의 문명을 탄생시킬 수 있게 한 인간의 위대한 농업혁명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했다. 온 세계가 갈망하는 녹색도시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도시는 농사를 품어 안아야 한다. 두 번째 농업혁명을 일으켜야 하는 셈이다.
이를 지지해주고 공감해줄 대중이 많지 않은데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막걸리다. 막걸리는 대화의 윤활제이며, 막걸리를 익히는 과정은 물과 흙의 연결·순환 고리에 대한 인간의 무뎌진 감각을 깨울 수 있는 느린 시간의 향기를 뿜어내기 때문이다.
이 향기에 취해 인간은 자연에 맞춘 생애주기를 되찾을 것이다. 그러면 지속가능한 사회는 자연스러운 것이 된다.
※ 전통가양주강좌
수요저녁반 : 2011년 05월 11일 ~ 07월 20일 오후 6:30~9:30
일요오후반 : 2011년 5월 15일 ~ 07월 24일 오후 2:00~5:00
모집기간 : ~2011년 5월 10일
모집인원 : 각 반 5명이상 ~ 15명 이하
모집마감 : 5월 10일까지 교육비를 입금(카드 결재, 현금 가능)하신 분에 한하여 선착순 등록 마감
교육내용 : 전통주문화론/ 부의주빚기/ 누룩 빚기/ 청주/ 가향주/ 약용약주/ 소주내리기
(이론과 실제를 병행하며, 교재비와 재료비는 교육비에 포함됩니다.)
교육비 : 40만원(전북은행/ 505-23-0319026/ 전통술박물관)
(계좌이체 시 입금 후 술박물관으로 전화 확인)
교육장소 : 전주전통술박물관 실습장
강좌문의 : 063) 287-6305/ www.urisul.net(홈페이지 내 전통가양주강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