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에어컨을 쓸 수 없을 때가 온다”_플뽑사 두번째 강연

2015년 9월 24일 | 미분류

‘플러그를 뽑는 사람들’ 두번째 에너지 강연

‘전환기술 사회적 협동조합’ 김성원 씨 초청 “에어컨을 쓸 수 없는 때가 온다”
전영
기사 게재일 : 2013-06-17 06:00:00

▲ 지난 14일 `플러그를 뽑는 사람들’이 전환기술 사회적 협동조합 김성원 씨의 강연을 들은 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14일 ‘플러그를 뽑는 사람들’이 여는 두 번째 에너지 강연으로 전환기술 사회적 협동조합 김성원 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날 주제는 ‘에너지 위기 시대, 집을 생각하다’였는데 강연을 들으며 마음이 조금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우리나라 도시의 대다수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아파트라는 공간 안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문제에 취약한 아파트

아파트라는 공간은 에너지 문제에 있어 너무나 취약하다. 애초에 그러한 문제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단 콘크리만 갖다 부은 까닭이다. 그는 오늘날의 아파트나 주택은 난방이나 환기를 무시한 채 중구난방으로 지었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선조들은 오랜 세월동안 검증된 건축 설계대로 집을 지었기 때문에 난방이나 환기가 비교적 잘 되어 있었다고 한다.

전통 한옥을 보면 그 특징을 잘 알 수가 있는데 집의 뒤편엔 대나무 숲이 있어 차가운 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고 그 바람이 마루를 통과하며 마당의 뜨거운 열기는 위로 올라가게 한다. 차갑고 무거운 공기는 아래로, 뜨겁고 가벼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 자연 대류 현상을 이용한 아주 간단하고도 지혜로운 환기로 집을 시원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창문을 열어놔도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 이는 바람이 부딪히는 벽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창문을 열어놔도 바람이 제대로 통하질 않으니 문이란 문은 모두 닫아둔 채 에어컨만 틀어버린다는 것이다. 또한 아파트를 비롯한 요즘의 건축물들은 창문을 많이 달아 외관에 치중하는데 이는 한 낮의 열을 잔뜩 끌어들여 내부 온도를 상승하게 하는 주요인이 되고 이럴 경우에도 사람들은 그저 손쉽게 에어컨을 트는 것으로 더위를 식혀버린다.

차양막 등 그늘 활용한 냉방

그는 이러한 냉방의 문제에 있어 보다 더 경제적인 것은 열을 차단하는 단열이 아닌 그늘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보통의 건물들은 햇볕이 창문을 통해 들어올 때 창 안쪽에 블라인드을 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열의 일부가 데워져 들어오기 때문에 그다지 효과가 높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창 바깥에 차광스크린이나 블라인드처럼 움직일 수 있는 셔터를 설치하는 경우엔 외부의 열을 먼저 차단하므로 그늘을 만드는 것 같아 집 안이 훨씬 더 시원하다고 한다.

주택의 경우에는 지붕에서 직사광선을 많이 받기 때문에 흔히 구할 수 있는 검은 차양막으로 한 겹 씌워주는 것도 그늘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요즘엔 넝쿨식물로 열을 차단하는 그린커튼도 많이 상용화되고 있는데 이때는 한해살이 보다는 오래 가는 것으로 키워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집 안을 시원하게 만드는 데 있어 그늘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환기도 무척 중요하다고 했는데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니 그 의미를 알 것도 같았다. 나는 중학교 이전까지는 아주 조그만 마당이 딸린 1층 주택에서 살았었다. 그 마당에는 꽤 키가 큰 나무 한 그루와 이름 모를 풀들과 분꽃 한 더미가 심어져 있었다. 아주 더운 여름날이면 온 집안의 문을 열어 두었었는데 그렇게 환기를 시키는 것만으로도 무척 시원했었던 것 같다. 이것을 환기라는 방법으로 설명하자면 바깥의 더운 바람이 활엽수 등의 식물을 거치며 시원한 바람으로 바뀌고 이는 집 안의 뜨거운 바람을 밀어내면서 전체적으로 공기가 순환되어 실내 온도를 낮춰 주었던 것이다.

현재 주택에 살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러한 환기 구조를 이용해 조경수를 배치한다면 집을 시원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파트의 경우에는 최대한 바람이 집을 관통할 수 있도록 적절히 문을 열어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덥다고 모든 창문을 열어두는 것은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람이 통할 수 있는 길을 아래쪽에 만들어주어 그곳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고 더운 바람은 반대 방향의 위쪽으로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열원 사용하게 될 것

계절이 바뀐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겨울철 난방도 에너지 문제에 있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에너지 위기 시대인 지금 우리의 난방방식은 앞으로 다양한 열원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중 가장 주되게는 나무를 이용한 바이오매스와 태양열을 이용하는 것인데 현재 유럽에서는 이러한 바이오매스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방식의 화목보일러는 현재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는 산림을 더욱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거꾸로 타는 방식의 고효율 화목보일러를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태양열을 이용한 온풍기도 난방에 많은 도움이 되는데 최근 그가 발기인으로 참여한 전환기술 사회적 협동조합에서는 이러한 기술들에 대한 강좌를 열어 일반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는 최근 원전 시험서 조작이나 정부가 전력난 운운하며 원전을 계속 지어 민간 사업자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고 꼬집으면서도 에너지 문제에 있어 개인들이 남 탓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영향을 끼치는 분야에서부터 줄여나가고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다가올 머지않은 에너지 위기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에어컨을 틀 돈이 있어도 틀 수 없는 상황이 올 거라는 얘기다. 주어진 상황 안에서 부분적으로 실험을 해보며 에너지를 줄이고 전환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생활의 기술이 필요한 때

이 날 강연을 들으러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기술들을 활용해 집을 직접 지어보고 싶다거나 앞으로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예전엔 건축업자가 아닌 마을의 목수들이 집을 짓고 또 그럴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직접 집을 지었었다. 점점 모든 것들이 전문화 되어가고 기술이 사람을 배제하는 시대인 오늘 날이 어쩌면 잃어버렸던 생활의 기술들을 우리들이 찾아올 절호의 기회인지도 모른다.

플러그를 뽑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희망한다. 어떤 건설업체의 광고처럼 기술이 기계가 아닌 사람을 향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화석화되고 산업화된 기술이 아닌 생태적인 기술을 쓸 수 있도록. 고민하고 만들어보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 한다. 그러한 희망을 찾는 자리에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하시면 좋겠다. 플러그를 뽑는 사람들의 다음 모임은 7월12일 금요일 광주전남녹색연합 사무실에서 ‘저녁밥이 있는 플러그 모임’으로 진행된다. 이날은 저녁밥을 함께 먹으며 참여자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한 것들과 앞으로 모임 안에서 하고 싶은 것들에게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문의: 062-233-6501.

전영 <플러그를 뽑는 사람들 회원·광주전남녹색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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